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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수다쟁이/2009 - present

늦은 밤

간만에 늦게 잔다. 어제 04 과 엠티 때도 2시쯤 잔 것 같은데 오늘은 더더더더 늦게 잘 것 같다.

#1.
손발이 꽁꽁 어는 추운 겨울날 눈썰매를 탄다고 경주월드에서 오랜 시간 헤맸다. 추운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아서 두 번 타고 포기했다. 결국 이것저것 놀이기구를 타고 돌아왔는데, 꽤 재밌었다. 경주월드에 간 건 초등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처음이었고, 놀이공원이란 곳에 간 것도 2006년 섬머세션 때 six flags 간 뒤로 오랜만에 간 거였다. 눈썰매도 초등학교 6학년 때 마지막으로 탄 것 같다(정확하지는 않지만). 날씨가 좀 화창했으면 더 재밌었을텐데, 뭐- 덜덜 떨면서 놀았던 게 훨씬 인상적인 추억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예비역 친구들이 장도 완벽하게 보고 정리도 엄청 깔끔하게 해서, 돌아오자마자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3년 전 엠티 때와 정말 다르다. 숫자가 이전보다 적어서인 듯도 하지만, 청소도 곧잘 하면서 깔끔하게 놀고 먹고 즐겼다. 다들 살림을 잘한달까. 주방에서 보여주는 예비역들의 실력에도 굉장히 놀랐다. 오뎅탕도 떡볶이도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엄청난 팀웍을 과시하며 게임도 했다. (현경이 카메라로 배터리 나가기 전에 애들 노는 사진 몇 장 찍었는데 나중에 엠티 후기나 한번 올릴까. - 과연?) 대학생의 활기찬 엠티와 연륜있는 어른의 휴가 중간의 느낌이었던 이번 모임:)

#2.
오늘(일요일) 올 때 버스가 4시간 좀 넘게 걸렸다. 버스에서 실컷 자서 그런지 아까 커피를 마셔서인지 지금 잠이 안 온다. 몸이 별로 안 좋아서 누워 쉬어야 하는데 자꾸 딴짓을 하고 싶네. 삐끗해서 살짝 부어있는 왼쪽 발목도, 버스에서 불편하게 자서 뻐근한 목과 어깨도,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까칠해진 손등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3.
벼랑 위의 포뇨는 어쩐지 내용이 어렵고 무언가 숨겨진 이야기들이 한 트럭쯤 있는 것 같다. 포뇨 아빠와 소스케 아빠(혹은 엄마)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나오지는 않고... 내려오는 전설도 있는 것 같은데 별다른 설명이 없고... 잘 모르겠다. 나중에 시간 나면 찾아봐야지. 어쩐지 지금은 좀 귀찮구나.

#4.
요즘 살짝 울적한데, 이 기분이 어쩐지 낯익어서 곰곰히 생각해봤다. 그러다 아까 포뇨를 보며 누워있다 똑 떨어진 한 줄기 눈물과 함께 생각해낼 수 있었다. 바로 대학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이다. 04 신입생은 (해마다 룰이 달라지는데, 그 때는) 선배 언니와 방을 배정 받았었다. 그런데 내 방 룸메이트는 휴학을 해버려서 혼자 쓰게 되었다. 3월 한 달 동안은 마음대로 방을 바꿀 수 없어 4월이 되서야 성은이가 내 방으로 오게 되었다. 그 사이 나는 매일 밤을 혼자서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새로운 환경과 처음 혼자 살게 된 때문에 외로움을 많이 탔다.

한 번은 친구한테 전화해서 엉엉 울기도 했다. 학교 다니기 힘들다면서, 삭막한 분위기 때문에 힘들다고 징징거렸다. 생각해보면 지금 우울한 느낌이 그 때와 참 비슷하다. 뭘 해야 할 지 모르겠고, 의지할 친구도 없고, 학교가 삭막하게 느껴진다. 처음이니까 그렇겠지? 다니기 너무 힘들다고, 사람들이 나와 다른 것 같다고 징징댔던 2004년 3월에서 한참이 흐른 지금은, 그 학교와 그 사람들이 내게 웃음을 주는 가장 소중한 존재 중 하나잖아. 지금 내가 거리감을 느끼고 멀게만 느끼는 이 학교와 사람들도 그렇게 바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