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옷 갈아입는 건 귀찮다.
샤워하는 건 참 기분 좋다. 샤워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물만 맞고 있다가 수업에 늦을 뻔한 적이 여러 번 있다. 늦은 적도 있고. 기분이 좋다. 뭔가 나만의 공간에 있는 느낌. 게다가 샤워기에서 물방울이(사실 물방울로 떨어지지는 않지. 세찬 물줄기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어깨, 등 뒤로 떨어질 때 느끼는 개운함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다. 자세가 좋지 않아서 어깨가 자주 아픈데, 이렇게 샤워를 할 때 가만히 물을 맞고 있으면 뭉친 어깨가 사르르 풀리는 느낌이다. 목욕탕에서 아주머니들이 맞는 엄청난 물줄기와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그건 정말이지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그걸 맞고 어떻게 서 있는 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샤워 뿐 아니라 세수를 하는 것도 기분이 좋다. 세안과 세수의 어감이 다른데... 나는 세안이란 단어에 어울리는 깔끔함이나 아름다움이과 상큼함과는 달리,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얼굴에 있는 모든 이물질을 없애는 다소 active한 활동을 한다. 그러니 세수라 하자.
세수하면서 얼굴에 있는 기름때 같은 것들이 말끔히 없어지는 것이 기분 좋다. 깨끗해지는 느낌이 기분 좋다. 클렌징 폼을 사용해서 뽀드득 뽀드득 깨끗하게 씻어낸다. 거품을 다 씻고 나서 차가운 물로 한 번 더 씻을 때의 기분도 정말 좋다. 처음에 차가운 물로 씻게 된 이유는 피부에 탄력이 생긴다는 말 때문이었는데 요즈음에는 그냥 그 차가움에 기분까지 상쾌해져서 씻게 되는 것 같다.
세수를 다 하고 나서 얼굴에 바르는 로션도 좋다. 자기 전에 영양크림을 듬뿍 바르고 자니까 아침까지 얼굴이 촉촉하게 유지되어 참 좋다. 샤워를 하고 나서 몸 이곳 저곳에 바르는 유아용 바디로션 향기도 좋다. 아기가 바르는 파우더 향이 나는데, 어렸을 때부터 이 로션을 정말 좋아한다. 유아용 로션은 유분이 많아서 성인에게 안 좋다고 하던데, 나는 피부가 건조해서 그런지 아직까지 불편한 적이 없다. 보통은 화이트와 핑크빛을 많이 쓰는데, 그 종류는 미끌거리는 게 어쩐지 별로다. 내가 쓰는 울트라케어는 상아색 로션통인데 크림같은 느낌이다. 좋아하는 로션.
아- 방금 전에도 씻었더니 기분이 좋다.
밤에는 간단하게. 자고 일어나면 뜨뜻한 물로 풀샤워(?)를.
매일같이 하는 일들이지만 중요한 작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