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는 약속할 수 있지만 감정은 약속할 수 없다
- 프리드리히 니체
우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약속할 수 있지만 감정에 대해서는 약속할 수가 없다. 감정은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언제까지나 누구를 사랑하겠다든가 미워하겠다든가, 또는 영원히 충성을 바치겠다고 약속한다면, 그는 자기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약속하는 것에 불과하다.
모든 행위에는 그 행위를 가능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동기와 방식이 있다. 내 마음 같아서는 반드시 약속을 지키고 싶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행위를 보장해 주는 조건이나 방법이 바뀌면 지킬 수가 없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약속하는 것도 사실상 의미 없는 말이 될 수 있다. 만일 그런 말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이렇게 약속하는 셈이 된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한, 나는 그대에게 사랑의 행위를 실제로 증명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혹시 내가 그대를 사랑하지 않게 되엇을 때라도 그것이 어떤 이유나 동기에서 왔다 해도 그대는 나의 사랑을 계속 받게 될 것이다. 사랑의 행위를 실증해 보일 수는 없게 되었지만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고 늘 똑같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상대방을 실제로 사랑했느냐 사랑하지 않았느냐는 사랑을 주고받는 당사자밖에는 확인할 수가 없다. 그리고 사랑의 행위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사랑한 것이 아니고 다만 주위 사람들에게 그들이 계속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누군가에게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상대방에게 행위가 아니라 당시의 그런 감정을 약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무의미하다.
짧은 에세이들로 이루어진 이 책 중에 일부 공감하는 내용이 있어 옮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