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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수다쟁이/2009 - present

잔상

외부의 자극에 대해 무관심한 듯하지만, 떨쳐내지 못하고 계속 괴로워하는 몇몇 일들이 있다.

첫째는 내가 스스로에게 실망했을 때고
둘째는 타인이 내게 실망했을 때다.

이번 학기 내내 하는 말이지만, 자기 관리에 실패하면서 여러 모로 스스로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 처음에 염려하던 일들이 하나 둘씩 터지고, 예상했지만, 심적으로는 대비하지 못했기에 지금에 와서 괴로워하고 있을 뿐이다. 이 괴로움을 벗어버릴 수 있는 방법은 하나라고 결론 지었다. '회피'. 잠시 책임감을 벗어놓기.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기.



그런데 쉽지 않다.
과한 책임감은 짐이 될 수 있지만, 사실 일을 능동적으로, 보다 완벽하게 끝낼 수 있는 동기가 된다. 그러기에 나는 항상 그런 자세로 일을 대처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흠... 이런 자세 때문에 아마도 계속 괴로운거겠지. 그렇지만 만약 이번에 끝까지 고집 부리면 몸과 마음이 버텨낼 수 없을 것 같다. 선택과 집중. 그렇게도 싫어했던 말이건만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승복해야겠다. 마음을 위해서.

나에게 실망한 사람들의 표정, 목소리가 아직도 생각난다. 이 잔상이 희미해질 때쯤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