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6일 생각꾸러미
1. BLUE 1집 음악을 듣고 있다. 중학생 때였는데, 당시 만화 <BLUE>의 인기는 상당했다. 블루 일러스트로 만들어진 엽서와 편지지, 공책 등이 문구점, 팬시점을 점령했다. 나는 블루 엽서와 편지지를 종류별로 사놓았다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공들여 편지를 쓰곤 했다. 그 친구들은 지금 그 편지지를 갖고 있을까?
나의 사춘기 시절(사실 사춘기가 지나가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감성을 자극했던 대사들이 음반에 고스란히 담겨 발매되었다. 그 때 가깝게 지내던 한 친구가 CD를 샀는데, 나는 별 생각 없이 테이프를 샀더랬다. 용돈이 넉넉치 않아서였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약간 후회가 된다.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카세트 플레이어를 찾는 게 쉽지 않거든. 집에 오래된 전축이 있는데, 나중에 가면 꼭 들어봐야지....
... 하다가 얼마 전에 선배로부터 블루 1집 mp3 파일을 받게 되었다. 아주아주 오랜만에 듣는 노래들이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여전히 눈물이 많고 밤에만 감수성이 풍부해지고 갑자기 방황하는 것만 같고 걱정이 많아지고 쓸데없이 우울해지는구나. 낮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데, 무료하고 조용한 밤이 되면 원치 않는 모습으로 바뀌는 것 같다.
Ah! 마지막까지 갖고 있던 엽서들이 생각난다. 만화에서 승표가 하루에 한 장씩 엽서를 쓰며 마지막에 사랑해. 라고.. 그리고 돌아와서 고백했던가. 그것을 끝으로 더이상 연재되지 않아 답답해 죽을뻔 했는데, 여튼 이 스토리를 모티브로 다섯 장의 엽서가 나왔다. 두 장씩 사두었다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매일매일 엽서를 써서 30일, 50일, 90일, 98일, 99일째 되는 날 이 엽서들을 써야지- 생각했는데 결국 못했다. 음. 쓰긴 했는데 몇날 며칠 태평양을 헤매고 다시 나에게 돌아왔었지. 마일리지 좀 쌓았을거야, 고놈들은:)
2. 종종 내 기억력이 안 좋은 것을 탓하긴 하지만, 이렇게 글 쓸 때 가장 화가 난다. 자세히 적고 싶어도 확신이 안 서고 어렴풋한 이미지와 느낌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검색해가며 글을 채우긴 하지만 그러다보면 문맥도 안 맞고 재미도 없고... 내가 쓰면서 내가 화나게 되네.
기억력이 안 좋으니 메모라도 잘 해야한다.
메모와는 별개로 추억을 저장해두어야겠다는 생각도 항상 한다. 그렇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게을리한다. 블로그를 만든 이유도 20대의 나를 기억하기 위해서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것들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남겨두는 것. 내 인생을 좀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그만 바람. 기록을 목적으로 열심히 살든, 열심히 살아서 기록을 남기든, 두 가지 경우 모두 결과는 열심히 산 내 모습일테니까. (그런데 나는 요즘 열심히 살지도 않고, 그래서 기록을 하지도 않는다. 바빠서 포스팅을 하지 않는다? 한 게 없어서가 아니고? 잘 모르겠다. 의욕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3. 나머지는 내일 써볼까.
+ 7월 11이 되어버렸음. 위에서 말했던 내일(7일)에 이것저것 사고가 생기는 바람에 이제야 정신 차렸네. (안과 치료 받고 나오다 휴대폰 깨먹고 며칠을 눈 핑계로 허투루 보냈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막상 또 쓸 말이 생각나지 않아 여기서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 갑자기 지금 든 생각은, 연애 별 거 아니네?
말이 통하고 생각을 공유할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어쩌면 까다로울 수 있지만, 일단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 다음 과정은 간단한 것 같다. 서로를 믿고 +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 가끔 어려움이 생기는 것은 이기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고집부리고 요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떠올려보면 문제가 생긴 경우는 속상한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고 왜곡된 형태로 표현했을 때였다. 다른 이들에게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면서 왜 가족이나 애인에게는 그러한 노력을 게을리 할까. 아주 약간만 노력하면 항상 즐겁고 유쾌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텐데 말야. 적어도 내 경우는. 정말로.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