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죽는다면
예전부터 종종 했던 생각인데 갑자기 글로 쓰고 싶어졌다.
피랍된 23명 때문도 아니고, 터키에 가는 것이 걱정되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 그냥 갑자기 쓰고 싶어졌다. 항상 그렇듯이...
나는 요즘들어 자주 다짐한다.
갑자기 내가 죽는대도 불평하지 않겠다고. 불구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
물론 정말 슬프고 갑갑하고 인정하기 싫겠지만, 아마도 그것이 현실이 된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돌이킬 수 없다면 받아들이자.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어서 포기하자.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찾아야겠지.
나는 가끔씩 상상한다.
혼자 버스를 타고 학교에서 집을 왔다갔다 할 때에 교통사고가 났을 경우를 상상하곤 했다. 무언가 잘못 되더라도 인정해야 한다고... 아버지가 출장을 가실 때에도, 어머니가 멀리 봉사활동을 가실 때에도, 또는 두 분이서 함께 야유회를 가실 때에도 가끔은 생각해본다. 혹시나 사고가 나면 내가 가장이 되는 거라고.. 지금은 좀 여유가 있다. 막내가 꽤 많이 커서.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될 비관적인 미래들을, 가끔씩은 상상해본다. '이런 경우에는 내가 어떻게 해야할거야'라고 미리 준비해본다.
내가 살아있을 때에는, 상황이 어떻게 되든,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주체가 되기 때문에 비교적 안심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아무것도 할 게 없는 상황, 즉 내가 죽는 상황이 된다면?
-_-
아깝다. 나같은 인재가 죽다니. 이쁜 딸이 죽다니.
내가 애써 만들어 놓은 많은 추억들을.. 내 아름다운 인생을 접어야 한다니. 아깝다 참으로.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건 없다.
생각해봤는데, 내 온라인에 있는 흔적들이 다 지워졌음 좋겠다. 블로그의 글들이나 메일은 내가 나중에 보려고 켜켜이 쌓아놓은 것들이다. 내가 죽고나면 어쩐지 무용지물같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추억이 될 수도 있지만..... 본인이 사라진 추억은 슬프지 않을까.
지금 생각하는 건 온라인에 있는 흔적들을 누가 대신 지워줬음 하는 것. 대표적으로 블로그와 내 메일 계정(자주 쓰는 학교메일과, 한메일, 핫메일, 지메일)을 삭제해주고 싸이월드 탈퇴시켜주는 것. 음... 사망신고되면 해당 주민등록번호로 가입한 건 전부 자동탈퇴되나? 궁금해지네.
언제나 하림 목소리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