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셀 수도 없을만큼 좋아하는 것들이 많지만 막상 생각하려니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오늘 마셨던 엉터리 아이리쉬 커피로 인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아이리쉬 커피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기억 뭉치는, 지난번에 혼자서 아라비카에 갔다가 커피를 시키고 통화했던 내용. 별 거 아니었지만, 내가 어디에 있는지만으로 내가 시키는 커피 종류를 알아맞히는 건 꽤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난 호진이가 좋아하는 커피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냥 그때마다 새로운 커피를 맛보는 듯한데, 시큼한 냄새가 짙은 케냐AA를 마시며 좋다고 했던 기억이 커피 이름과 관련된 기억의 전부이다. 아니면 시험기간에 보온병 들고 다니며 핸드드립했던 모카 하라 정도? 어쨌든 좋아하는 커피는 잘 모르겠다.
아이리쉬 커피만큼이나 아뜨리에의 화이트 커피도 좋아한다. 아이리쉬 커피랑 비슷한데, 화이트 커피에는 위스키가 빠진 대신 화이트 초콜렛 가루가 얹혀져 있고 설탕이 묻혀있다.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음료들은 조금씩 공통점이 있다. 아이리쉬 커피와 화이트 커피의 풍부한 크림이 공통점이듯이, 마가리타는 아이리쉬 커피처럼 잔 주위에 소금이 묻어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물론 커피에는 설탕이 있지만, 마시는 방식이 같다고 할까. 억지로 찾는 건 아니지만 뭔가 비슷하긴 하다.
생각난 김에 결국 이미지를 찾아서 파일을 만들어버렸다. 이것도 병이다.
첫 번째 사진은 아뜨리에에서 마신 (아마도) 과테말라 안티구아. 살짝 보이는 설탕통이 난 참 맘에 든다. 커피용 덩어리 설탕은 커피에 안 넣고 그냥 하나씩 집어먹는다. 커피에 넣으면 맛이 상하는 느낌.
두 번째 사진은 한동안 푹 빠져 있던 매니큐어들.
그 오른쪽 사진은 마가리타. 포항에서 자주 가던 바(Genius)에는 프로즌 마가리타만 있어서 그걸 마셨다. 미국에서 마신 마가리타가 생각난다. 홈스테이 했을 때 아주머니가 사주셨는데, 양도 많고 정말 시원하고 맛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칵테일.
그리고 좋아하는 것. 수다떨기.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 특히 침대에 누워서 떠는 수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이다. 누워서 수다 떨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친구 집에 누워서 7시간 연속으로 수다 떤 기억이 최고. 그 중 한 명은 남자애였는데 모두 대단했다. 보통은 성은이랑 자주 떠는 게 침대 위 수다. 이제 당분간 못 하겠네. 아쉽다.
두 번째 줄 첫째 사진은:)
그 다음은 처갓집 양념통닭(홈페이지에서 찾은 이미지인데, 홈페이지는 처갓집 양념'치킨'이라고 떡 하니 크게 쓰여있다. 그것도 메인 이름이). 난 양념통닭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먹고 남은 통닭을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다음날 먹으면 더 맛있다. 이걸 보고 이상하다 생각하는 사람들 간혹 있는데... 뭘 모르는군요!!!
치킨 오른쪽 작은 사진은 딸기스무디. 딸기스무디 먹은지도 오래됐다. 먹고싶다.
그리고 통화하기. 특히나 요즘은 좀 주저리 주저리 떠들고 싶은데 시간이 안 맞는다.
가운데 사진은 예전 내 기숙사 방. 지금은 구조가 많이 달라져있다. 그래서 어색하다. 입학해서부터 3년간 한 번도 안 바꾸고 계속 쓴 방이라 애착이 있다. 지금도 고개 돌려 왼쪽 창을 보면 눈에 들어올 풍경이 생생히 떠오른다. 그것도 계절마다 다른, 아침 저녁 다른 모습 모두 다.
다음은 롤러코스터. 특히 저 사진은 Six Flags Magic Mt.의.... -_- 이름 기억 안 난다;; Tatsu였나. 여튼 작년에 개장한 놀이기구인데, 마치 내가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롤러코스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한 놀이공원이었다. 무지 재밌다.
그리고 포항시네마. 거기에 투자한 돈이 얼마더냐. 할인도 안 되서 7천원 다 내고 본 적도 꽤 많다. 호진이랑 사귀기 전에 둘이 갔다가 성은이랑 수털이 만난 기억도 나고- 딸기스무디 마셨던 기억도 나고- 오락실에서 농구했던 기억도 나고- 갈 때마다 했던 단순한 게임(입구에 있던 건데 이름이 당최 기억나질 않는다)도 기억난다. 포항에서 유일하게 문화생활이라고 할 만한 걸 즐겼던 곳.
음악듣기. 길 다니면서 음악 듣는 건 고등학교 때 많이 했던 거고- 요즘은 컴퓨터로 듣다가 CDP 듣다 그런다. 대학 들어와서는 공부하면서 음악 듣는 걸 못하겠더라. 고3때는 맨날 그랬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졌나보다.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하고, 좋아하는 음악 CD로 구입하는 것도 좋아한다. 근데 최근 몇 년간 음악을 안 듣다보니 구입한 CD가 몇 장 안 된다.
그리고 좋아하는 끄적거리기. 얼핏 공부하는 사진같지만, 귀차니즘을 키워드로 찾은 사진이다. 사진이 좋아서 우선 긁어오고- 귀차니즘 대신 끄적거리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뒹굴거리는 것도 물론 좋아하지만 잘 끄적거리고, 원래는 편지 쓰는 것도 좋아했다. 쓸 일이 없어서- 있어도 받아 주질 않아서 안 쓰게 된다.
위에 살짝 붙어있는 작은 사진은 아이스크림. 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제일 좋다. 그런데 베스킨라빈스에서 바닐라 먹기는 좀 그래서 초콜릿을 고른다. 엄마는 외계인. 아니면 초콜릿무스. 두 개를 비교하라면 엄마는 외계인이 36배쯤 더 맛있다. 초콜릿무스도 좋지만, 그건 먹다보면 너무 달고 짙어서 질린다.
그리고 키보드 사진이 있는데- 아무래도 나는 컴퓨터로 깔끔하게 작업하는 걸 즐기는 것 같다. 그리고 편집을 좀 과하게 하는 편이기도 하다. 팀 프로젝트할 때는 좀 널럴하게 해야겠다. 주변사람 피곤해 할까봐 걱정된다.
그 밑에는 오늘 이 글을 쓴 계기였던 아이리쉬 커피. 자세히 보면 여기에는 설탕이 안 묻어있다. 원래는 잔 가장자리를 레몬즙으로 적셔 흑설탕을 묻힌다. 그걸 돌려가며 마시는 게 제맛. 거품낸 생크림은 보너스.
마지막으로 구석탱이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낮잠. 반 고흐 그림이다. 난 낮잠이 좋다. 밤에 자는 잠보다 따뜻하고 포근하고 여유가 넘친다. 제일 싫은 건 새벽에 잠 드는 것. 철저히 공대생같은 느낌이랄까. 해 뜨고 잠드는 건 싫다.
이것 말고도 좋아하는 게 많다. 기숙사에 있다면 침대에 누워서 컴퓨터 모니터 돌려 드라마 보면서 좋아할테고, 집에서는 컴퓨터 의자 살짝 틀어서 모니터 옆에 다리 올리고 드라마 보면서 좋아하겠지. 책상 정리 하는 게 좋다. 머리띠 해서 얼굴을 시원히 드러내는 느낌도 좋다. 하지만 몰골이 좋지 못해 밖에 나갈 때는 하지 않는다. 굳이 한다면 아마 앞머리를 내리고 살짝 하겠지만, 사실 난 머리카락이 흘러 내리지 않게 통째로 묶은 다음 앞머리를 전부 올려서 머리띠 하는 걸 좋아한다.
쓰다 보니 너무 세세해진다. 오늘 생각한 것은 여기까지이다.
나중에 생각나는 대로 메모해보고 싶다. 메모장이라도 만들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