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rson who knows me well and gives me delicate attention
가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아마도 여럿일 거다. 아예 없지 않다는 데에는 확신한다. 우선, 엄마가 나를 참 잘 안다. 지은이(동생)도 나를 잘 알며, 성은(룸메이트)이도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이 외에도 내 오래된 친구들이나 학교 친구들이 나를 잘 안다고 어설프게나마 믿고 있다.
물론 지금 언급한 사람들 중에 가장 최근의 내 행동양식과 사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을 꼽으라면, 3년 동안 동고동락(사실 처음 1년은 그냥 잠자는 공간을 공유한 정도였고, '동고동락'이라고 말할만한 기간은 최근 1년이 해당된다)하며 지낸 성은이랄까.
성은이는 지난 학기 내가 컴공과에 급속히 흡수되면서 예전보다 친밀해졌고, 나의 웃음소리에 대한 특징마저 모두 파악했다. 음흉한 생각을 할 때의 웃음소리라든가, 그런 음흉한 계획이 이뤄졌을 때의 웃음소리 등등 나도 인식 못했던 미묘한 차이를 발견했을 정도였다! 가끔 웃으면서 신경 쓰였는데 고쳐지진 않았다.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최근 방학이니 뭐니 해서 떨어져 있었으나, 어제도 꽤 오래 통화했는데 이렇게 친밀함을 유지시키고 새소식을 계속 전한다면, 휴학 기간에도 나에 대해 잘 아는 사람 0순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다. 물론 나도 변하지 않는 내 모습과(갑자기 친구한테 '여전하네-'라는 소리 들은 게 생각난다) 습관이 있긴 하지만, 환경이 변하고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가치관이 바뀌기 때문에,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진 않을거다. 몇 년 전의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몇 년이 아니라 단지 몇 개월만 지나도, 지금의 나를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뭐- 워낙에 나를 잘 알았다면 바뀐 나에 대해 업데이트 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거기서 충족되지 않는 게 지금 내 문제라면 문제랄까.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여럿 있지만, 내게 '관심을 가지고 배려해 주는' 사람이 없다. 내가 원하는 건 후자인데 말이다. 딱 한 명 있는데- 지난 3년의 공백이나 나의 심오한(=찌질한) 생각에 못 미치는 그녀의 배려가 나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안타깝다.
답답~하다. 이 답답함을 속 시원하게 캐치해서 풀어줄만한 사람이 어디 없나?
생각해보니, 예전부터 나는 내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사람을 만나봤으면.. 하고 바라곤 했었다. 그 시작은 아마도(흐릿하지만) '머털도사'를 보면서였던 것 같다. 머털이가 딴생각하면 도사가 바로 알아차리고 충고하고--왜곡된 기억이라해도, 어쨌든 그 비슷한 느낌으로-- 나도 누가 내 생각 읽고 충고해주고, 최선의 길을 제시해줬으면... 하고 바란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선뜻 겉으로 내놓기 어려운(너무 사소하거나 혹은 유치하거나 쓸 데 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이어서)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을때, 옆에 와서(이 때 바로 머털도사에서의 그 '누덕도사'--검색까지 했다--와 달라야 하는 점이 있다) 자상하게 일러주면 좋겠다. "얘야~ 그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여차저차 하면 자연히 풀리는 문제란다. 그래도 굳이 이렇게 하고 싶다면 저렇게 해보는 건 어떠냐."는 식으로 말이다. 너무 느끼하다 싶으면, "요것아-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어? 대충 살아도 되는 것이야. 그냥 신경 꺼. 정 신경이 쓰이면 이렇게 해보든가. 엥?" 이런 식으로라도.
현실에선 참 불가능한 이야기다. 누가 내 생각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며, 누가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을 알겠는가.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지 말입니다. (혹시 모르겠다. 용한 점쟁이? 근데 난 점 본 적이 없다. 별로 보고 싶지도 않은데, 막상 보면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
좀 그렇다. 내가 주저리주저리 정신 없이 설명을 늘어놓았을 때, 후딱 파악해서 여유 있게 나를 상대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줄 사람을 기대했으나, 요즘 느낀 건 타겟이 잘못 되었다는 생각뿐. 그래서 현재 내 상테가 멜롱이다.
그나저나- 이 글 다 쓰고 알게 된 건데- 벌써 글 쓴지 한 시간이 지났다. 예전 블로그에서는 등록일자 설정하는 게 없어서 얼마나 걸리는지 몰랐는데- 지금은 알 수 있어서 뭔가 신선하다. 기본설정이 갱신으로 되어 있어서 저장할 때 시각이 기록되는구나. 열라 늦었네. 늦었어요 이 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