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수다쟁이/2009 - present
1보 전진, 2보 후퇴
sora.
2009. 3. 20. 16:29
이번 학기를 중간점검 해보자면, 이리저리 벌려 놓은 일이 많아서 제대로 한 게 없다.
딱 하나 잘한 게 있는데 그건 같이 공부하는 다른 분들과 잘 지내는 것. 과할 정도로 예쁨 받고 있다. 1보 전진.
그러나 별 생각 없이 마냥 팔랑거리고 다니다 공부로 제대로 못하고 일도 시원찮게 했다. 2보 후퇴.
- 시험은 그럭저럭 넘겼는데 며칠 전 프레젠테이션을 완전히 망쳤다.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공학계열에서 인문계열로 넘어 오면서 처음 느낀 커다란 장벽이다. 아직은 숲을 보는 법을 잘 모르겠다. 언어의 장벽도 생각보다 높았고, 내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 오늘은 도서관 근로를 그만두기로 했다. 선생님께서 먼저 얘기를 꺼내셔서 그러기로 했다. 일하던 거 제대로 못하고 중간에 그만 두는 거 처음이다. 이렇게 찝찝한 상태로 관두다니, 이런 무개념. 그런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버렸다.
이 두 가지 일로 생각하게 된 두 가지. 첫째, 아직도 나는 무조건 Yes 라 말하는 습성을 못 버렸다. 다 떠맡고 혼자 징징거리는 거 이제 안 할 줄 알았다. 긍정적인 것과 남들 말에 무조건 승낙하는 것은 다르다. Time managing이 필요.
둘째, 쉽게 가려고 하지 말자. 가만 보면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게 적당히 이번 일만 넘기자는 마인드에서 시작된 것 같다. 죽을만큼 해보자, 잠자는 시간이 아까울만큼 해보자고 누가 그랬더라. 몸이 힘들면 잡생각 없어진다.
종합적으로 1보 뒤처진 상태지만, 괜찮다. 빨리 가려고 대학원 온 거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