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기억

Notre Dame de Paris

sora. 2008. 5. 11. 19:40

공부하는 것도 노는 것도 열심히 하기로 마음 먹었던 학기 초. 그 때 계획했던 문화 생활 중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것이 '노트르담 드 파리' 대구 공연이다. 한동안 학교 생활에 치여 잊고 있던 공연 스케줄에 어찌나 가슴이 설레던지... 그렇게 잔뜩 부풀어서 뮤지컬을 보러 가는데 이를 방해하는 여러 고비도 있었다. 대구 가는 길에 버스가 고장나서 길 위에 오래 서 있었고 택시도 돌아가서 하마터면 공연 시각까지 도착하지 못할 뻔 했다. 그래도 사고 안 난 게 다행이라고, 결국 입장했으니 괜찮다고 위안했다.


그렇게 힘들게 본 공연은 정말 최고였다.
오는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귀에 멤도는 '대성당들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es)'는 오프닝과 커튼콜을 멋지게 만들어 준 환상의 곡!! 꺅- 오빠 멋있어효-!! 관심 있는 사람들은 http://www.youtube.com/watch?v=ULpO2YfEHKE 클릭. 대구방송 TBC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을 방송한 적이 있나보다. 검색해보니 관련된 동영상이 있더라.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관람했을 때의 감동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즐겁다.

예매할 때는 공연에 대해 잘 몰라서 내 스케줄만 고려해서 공연 시각을 정했었는데, 공연 이후에 이것저것 찾아보고 나니- 내가 본 공연에 출연한 배우들이 가장 좋더라. 같은 날 저녁 공연 배우들은 개인적으로 별로-_-

배우들 얘기하기 전에 전체 스토리를 간략히 말하면 '15세기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압축할 수 있다. 주인공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세 남자(주교 프롤로, 노틀담의 곱추 콰지모도, 근위대장 페뷔스-심지어 페뷔스는 약혼녀도 있다)가 있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음유시인 그랭구아르와 에스메랄다를 포함한 집시들의 우두머리 클로팽, 페뷔스의 약혼녀 플뢰르 드 리스가 주요 인물이다.

인터파크에서 소개하는 줄거리를 참고하면 다음과 같다.


그랭구아르는 박은태라는 배우가 맡았는데- 혼자 대구 공연 전체를 소화하는 것 같더라. 하루에 두 번씩 있는 날은 얼마나 힘들까. 다른 사람들은 번갈아 가면서 하는데 말이지. 검색해보니 다른 공연에서도 주로 이 사람이 배역을 맡는 것 같았다. 같은 배역을 맡은 다른 사람은 잘 나오지도 않고 ost에도 이 사람의 목소리로 녹음되어 있다.  참 안정적으로 노래부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목소리도 깔끔하고 시원하다.


가장 인상깊었던 배우는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 콰지모도는 윤형렬이 맡았는데 부담스러울 정도의 굵직한 저음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유재하 은상 수상경력도 있다. 목소리도 목소리지만 외모가 굿. 왼쪽 사진에서는 곱추로 분한 탓에 잘생긴 외모가 드러나지 않지만 참 선하고 반듯해 보이는 사람. mbc 쇼케이스에서 윤형렬과 바다가 부른 '새장 속에 갇힌 새'는 또다른 느낌이다. 곱추가 아닌 잘생긴 윤형렬이 부른 노래는 좀 어색하기도 하다.
http://www.youtube.com/watch?v=iy093lj7fYk




문혜원. 에스메랄다 역. 동영상을 검색하면 거의 대부분의 자료가 바다가 공연한 것이다. 문혜원은 현재 락 밴드 '뷰렛(Biuret)'의 리드 보컬로 활동 중이다. 플뢰르의 맑고 여유 있는 노래와 좀 비교되긴 했지만,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특히 고양이같은 외모가 에스메랄다에 완벽히 매치되었다! 모든 남자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여인. 우물에서 몸을 씻을 때는 여자인 내가 봐도 너무너무 매혹적이었다. 주교도 반하고 약혼녀 있는 근위대장도 반할 만한 에스메랄다.





한 명 더 인상깊었던 사람은 주교 프롤로 역할을 맡은 류창우 씨. 아이언 맨에서 토니 스타크 역을 했던 Robert John Downey Jr.를 닮았다. 눈빛이 인상 깊었던 배우. 또다른 프롤로인 서범석 씨가 성량이나 기교 측면에서 더 나은 듯도 하지만, 사진에서 보이는 모습처럼 따뜻한 느낌이 참 좋았다. 토니 스타크의 몸도 가지고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네.





페뷔스 역할의 김태형은 아나운서 같은 반듯한 외모로 표정이 없는 게 많이 아쉬웠다. 그렇지만 내가 본 플뢰르(곽선영)가 다른 플뢰르보다 더 아름다웠고 클로팽을 맡은 이정열도 역할에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내가 본 공연의 배우가 우연찮게도 내 취향의 사람들이었네. 아이 좋아라.

'노트르담 드 파리'는 아이와 함께 볼 가족 뮤지컬은 아니다. 가슴 시린 아픔과 엇갈린 사랑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을 만한 나이가 되어서야 그 내용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중간의 캬바레 씬도 아이 앞에선 조금 민망하잖아요. 그렇지만 아크로바틱이 함께 하는 무대의 열기와 화려함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주연 배우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꽉찬 무대를 만든다.

아- 간만에 좋은 공연 봤다. 커튼콜에서 무반주 노래로 시작된 '대성당들의 시대'가 참 기억에 남네. 기분 좋아라:) 다음 달에 여유 좀 생기면 OST 사야지. 요즘은 참 궁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