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기억

완연한 가을이다

sora. 2007. 11. 8. 23:25
지난번 과 친구들과 경주 보문단지를 구경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마냥 즐겁고 에너지 넘쳤던 그 때와는 좀 다르게, 오늘은 (혼자라서 더욱) 조용하고 여유로움이 가득한 날이었다. 아마도 어젯저녁 mp3 파일 선정을 그렇게 한 까닭이리라. 게다가 생각보다 사람이 별로 없었고, 날씨도 쾌청하지 않았다. 근처에 저수지가 있어서 그런지 흐릿했다. 날씨는 경주에서가 정말 좋았다.

오늘은 혼자 산을 오르내리면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집에 와서 컴퓨터에 사진들을 옮기고 보니 색이 너무 붉다. 아마도 버스에서 동생 디카를 만지작 거리다가 red로 모드를 변경해놓았었나보다. 단풍이야 상관 없는데, 하늘 색 마저도 희미한 붉은 색을 띄고 있다. 하늘이 푸르렀으면 아마도 덜했을텐데, 하얗게 낀 구름 때문에 분홍빛이 되었다. (그렇다고 수정까지 해서 올리긴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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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악산에 갔다. 모악산 정상에는 송신소가 있다. 전주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날씨가 좋을 때에는 우리집 앞 베란다에서도 볼 수 있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대원사에 도착했다. 단풍도 예쁘게 물들어 사진이 잘 나왔다. 이 때만 해도 가뿐했는데, 그 이후에 돌계단이 너무 많아서 지치고 또 지쳤다. 어떻게 어떻게 약수터가 있는 수왕사까지 올랐다. 아빠 계셨으면 커피 한 잔 했을텐데, 오늘은 혼자라서 그럴 맛이 안 났다.


워낙 많은 돌계단. 사진으로 남겼는데 별로 가파르게 안 보인다. 실제로는 헐떡였는데... 나중에는 포기하고 세월아 네월아 노래 부르면서 몇 분 가다 쉬고 물 마시고 했다. (그런데도 오늘 등산하면서 가져간 물 500ml도 다 안 마시고 도로 가져왔다. 생각보다 물 많이 안 마시는구나)

정상 근처에서 내려올 길을 고민했다. 도저히 같은 계단으로는 못 내려올 것 같아, 기왕 여기까지 온 거 금산사 구경해보자 마음 먹었다. 오르는 길에 송신탑이 오늘따라 이뻐보이길래 사진 몇 장 찍어주고 금산사 가는 최단 코스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게 웬걸... 여기도 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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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래저래 금산사까지 도착했다. 내려오는 길에 같은 길로 오르는 몇 분들을 봤는데, 오를 때는 2~3시간 정도 걸릴 듯한 거리였다. 계단으로 되어 있는 데다가 아래쪽은 콘크리트 길이어서 같아서 오를 맛도 별로 안 날 것 같다. 내려오는 건 편해서 좋으니, 중인리로 올라서 금산사로 내려가는 것을 추천한다(아빠는 안 좋아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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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가본 금산사는 너무 예뻤다. 전북대 다니는 친구들은 여기로 엠티 온다던데 가을엠티 오면 정말 좋겠더라. 근데 엠티 오면 이런 거 안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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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쪽으로 내려오면서 몇몇 군것질 거리들을 보았다. 그 중에 오타 발견. 무아가. '그건 누구네 아가여?' 라며 사진 한 컷. 아마도 무화과를 그렇게 쓴 것 같았다. 딱히 입맛을 당기는 건 없길래 그냥 살랑살랑 음악 들으면서 버스에 올라탔다.

그러고 집에 오니 4시가 거의 다 되어가는 시각. 10시에 도착해서 한 시간 반 정도 오르고, 두 시간 가량 내려온 것 같다(금산사 구경한 시간까지 합하면). 대충 4시간 넘게 걸은 것 같네. 간만에 운동했더니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저녁도 안 먹고 쭈욱 잤다.

간만에 산에 오르니 조쿠나~~~


덧. 주차장으로 나오다가 매표소 발견했을 때.
'금산사에서 올랐으면 2500원 냈겠지? 난 안 냈는데~~' 싱글싱글 웃으며 사진 찍으려 폼 잡았더니 아저씨가 자리를 은근슬쩍 피하시는 모습. 오늘 저렴하게 잘 돌아다녔다. 버스비로 대략 4000원 사용(난 전주 교통카드가 없다. 있었으면 올 때 환승 할인 받을 수 있었을텐데. 엄마꺼라도 가져갈 껄 그랬나보다) + 시내에서 버스 갈아탈 때 사먹은 계란빵 500원.